최근 제주도립미술관이 '2018년 상반기 소장품' 수집에 나선 가운데 온갖 잡음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도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특정 작가 작품을 단일 리스트에 대량으로 올리는가 하면, 매입가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와 도민들은 도립미술관 행보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도민들의 미술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립미술관에 따르면 '2018년 소장품 수집'으로 책정된 소요예산은 총 3억원으로, 상·하반기로 나눠 가치 있는 작품을 선정, 매입한다.

작품 매입 목적은 간단명료하다. 학문적·예술적·사료적으로 가치 있는 국내외 미술품을 수집해 미술관을 찾는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문화생활 향유를 제공하는 것.

도립미술관이 올해 상반기 매입을 확정한 작품은 총 17점이다. 약 1억2000만원을 썼다. 나머지 예산은 하반기 작품매입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문제의 발단은 작품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A작가의 작품이 무려 48점이나 후보군에 올랐다. 총 65점이 추천됐으니 절반 이상이 특정 작가 작품이다.

심지어 A작가의 작품을 대량 매입 해 추후 별도 전시관으로 추진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술관 내에서도 의견은 분분했다. 혹자는 "A작가의 (도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 신분상 작품 추천은 모양새가 안좋다"고 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단일 작가작품으로는 제주도내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추천됐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많은 우려 속 A작가의 작품은 제주도립미술관의 상반기 최종 수집 리스트에서 유보됐다.

단, 서류에는 '자료를 보충해 하반기 수집심의에 재상정함'이라고 명시됐다.

결국 남은 매입 예산 1억8000만원으로, 도립미술관은 A작가의 작품매입을 하반기에 다시 한번 검토할 계획인 셈이다.

   
 
작품 추천과정도 물음표다. 제주도립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작품 매입 방식은 미술관 내에서 자체적으로 후보작품과 작가를 선정했다. 즉, 오랜 기간 숙련된 '전문가'의 판단으로만 선별했다는 말이다.

이 방식은 일반인들 보다는 옥석을 찾는 '눈'이 뛰어나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미술관 내 자체 선정은 A작가 작품이 '도내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우르르 후보군에 오른 문제를 촉발시켰다. 또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공공미술관에 작품이 내걸릴 수 있는 영광을 제한시켜 버렸다.

서울시립미술관 경우는 조금 다르다. <시사제주>와 전화인터뷰에서 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작품 매입 시 거의 공모를 통해 시행 한다"며 "한 차례의 내부심의 과정과 세 차례의 외부심의 과정을 거친 후 최종 매입을 결정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안을 주시해보면, A작가 입장에서는 논란이 억울한 측면도 생긴다.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으나 어찌됐든 자발적인 '공모'가 아닌, 제주도립미술관 자체 판단으로 48점의 작품이 매입 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도내에서 활동하는, 혹은 유명한 미술가들이 많음에도 왜 특정 작가의 작품만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리스트에 올려놨는지는 의문점으로 남는다.  

공모과정 없이 매입을 추진한 사항을 두고 제주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제주도 조례에 명시가 안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작품당 매입 책정가격을 문서로 요청한 본 기자에게는 거절 의사를 밝혔고, 방문 후 눈으로 확인만 허가했다.

거절사유로는 "작가들이 작품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예술작품의 가치 책정은 추상적이다. 매입가 공개 역시 미술계 내에서도 공공연한 불문율이기도 하다.

흔히 '전문가'로 칭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을 수합해보면, 작품의 가격을 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우선 예술가의 명성과 희귀성을 살핀다. 다음으로는 제작시기도 중요하다. 작가가 왕성한 활동을 보인 전성기 시절 창작한 산물이 중요 요소로 적용된다. 작품의 주제나 존재감, 보관상태 등도 참고 대상이다.

   
 
큰 틀의 책정 가이드라인은 정해져 있으나 미술작품은 권장소비자가격이나 정찰제가 통용되지 않기에 가치 책정은 평가 위원의 판단과 매입자의 구매욕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

바꿔 말하면 같은 작품일지라도 이해 당사자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매입가는 달라진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이런 민감한 사항을 '공개불가' 방침으로 정해 논란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도민이 낸 세금으로 작품을 매입하면서도 가격 비공개를 고수하는 도립미술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는 높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도내 한 미술계 종사자는 "매입가 비공개는,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작품과 현금을 바꾸는 악용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술관 내 위원회가 우려들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아는 사람들은 위원회 구성원을 다 알고 있다"며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종종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한 제주도민은 "모든 공기관이 돈쓰는 방식은 정확해야 한다"며 "분명한 것은 도립미술관은 작가의 불이익을 걱정하는 기관이 아닌, 도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잇따르는 지적에도 미술관측의 절대불가 입장은 명확했다.

제주도립미술관 관계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도민이든, 제주도의회에서 요청을 하든 공개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48점의 작품을 리스트에 올린 A작가의 작품가격도 기사화 비공개를 요청했다.

관계자는 "A작가의 작품가를 공개한다면 개인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며 "그분께서는 더 비싸게 작품을 팔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