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보육교사 미제사건 파일을 다시 꺼내든 제주경찰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과학수사의 발달로 당시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 사건을 재구성 중인데, 보육교사가 숨진 시점을 필두로 당시 증거자료 등을 세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하고, 사건 당시 용의점이 많았던 사람들을 재차 압축 중이다.

수사인력도 최근 7명을 증원, 총 14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이 미제사건 실타래를 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주 제3의 법의학자에게 숨진 보육교사의 사망 시점을 재의뢰했다.

최근 가천대 법의학과 이정빈 석좌교수 등으로 구성된 과학수사팀이 보육교사의 숨진 시점을 실종 시점과 비슷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지만, 9년 전 부검의의 결론과 상이해 제3자의 판단으로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서다.

보육교사 살인 사건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7살인 보육교사 이씨는 2월1일 집에 귀가하지 않았고, 이튿날 오전 9시10분쯤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같은 달 6일 제주시 아라2동에서 이씨의 핸드백을 발견했고, 이틀 후인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로수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하의가 모두 벗겨졌고, 상의는 젖어있는 무스탕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수사본부를 설치한 제주경찰은 이씨를 죽인 용의자를 찾기 위해 3년 간 노력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한채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수사가 난관으로 부딪쳤던 원인은 숨진 이씨의 사망시간이 명확치 않았다. 경찰은 사망추정 시간을 실종당일인 2월1일로 판단했지만, 부검의는 발견 하루 전인 2월7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용의선상에 올랐던 이들의 동선과 알리바이 등에 혼선이 빚어져 심증은 있지만 물증 부족 등으로 용의자를 붙잡지 못했다.

사망추정 시간이 명확치 않았던 이유는 '제주보육교사 살인사건' 당시 날씨와 기후 등도 한 몫했다.

2월1일 숨졌다면 사체의 부패가 진행돼야 했는데 비교적 멀쩡했고, 당시 2월3일 하루만 비가 내렸지만 8일 발견시 상의는 젖어있었다.

   
올해 4월25일 가천대 법의학과 이정빈 석좌교수가 실험 결과를 제주지방경찰청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제주경찰이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9년 만에 끄집어 올린 이유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가해자를 특정해 가해자를 법에 심판을 받게 하기 위해서다.

이상적인 결말 도출을 위한 첫 단추로 경찰은 '사망시점 분석 실험'을 올해 1월29일~3월2일까지 시작했다.

사망시점은 용의선상 압축과 증거수집 방향 자체가 달라지는 결정적인 수사의 핵심으로, 첫 실험은 실종시점과 가까운 2009년 2월1일~3일 사이에 숨진 것으로 도출됐다.

제주경찰이 최근 제3자 법의학자에게 의뢰한 결론도 실종시점에 보육교사 이씨가 숨진 것으로 나온다면, 용의자 압축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제3자 법의학자 소견은 다음주쯤 도출될 전망이다.

미제사건이 조금씩 탄력의 기미가 보이면서 경찰은 어제(8일)자로 전담 TF팀을 꾸리고 7명의 인력을 보강했다.

이들은 과거 사건의 흐름을 다시 한번 세밀하게 검토 중이다. 프로파일링을 통해 유력선상에 올랐던 이들의 서면진술과 녹음된 파일로 진의 여부를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유의미한 자료들을 확보했다. 문제는 과학수사의 진일보에서 위안을 찾고, 미제파일을 다시 덮어둘지 용의자를 붙잡고 기소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부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검거뿐만 아니라 유죄판결까지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라며 "증거가 없으면 더 이상 진척될 수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과거의 행적을 들춰내는 세밀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는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