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에서도 공식적인 첫 미투(Me too)가 터졌다. 회사내 성추행을 당했지만, 해당 도내 모 신협의 안일한 대응이 사건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피해여성을 향해 다른 여직원의 성추행 사례를 늘어놓으며 "참는 것도 방법이다. 보수적인 회사다. 외부로 알려지면 너는 퇴사를 해야 한다는 강압적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9일 오전 11시 제주여성인권연대 등은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지역 미투 선언 지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미투폭로 회견은 피해여성의 1차 피해와 2차 피해를 대신 읽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해당 사건은 올해 3월8일 제주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이 제출된 사안으로, 2월23일 회사 1차 회식 후 2차 회식자리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빚어졌다.

경찰은 A남성을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A씨는 피해여성 B씨에 대해 일부 신체접촉을 인정하면서도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한 행위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영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는 "최근 들어 피해사례가 많이 접수되더니 제주지역에서도 첫 미투가 나왔다"며 "용기를 내 준 피해자 등에 깊은 지지를 표한다"고 말했다.

제주여성인권연대에 따르면 피해여성 B씨는 사건 후 회사를 퇴사했고, 현재 우울증에 시달려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

신협 회식 과정에서 빚어진 성추행 사건도 있지만 매뉴얼이 없는 회사내 대처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B씨는 많은 예행연습 끝에 3월5일 직장내 성추행 사실을 처음 알렸다. 적절한 대처를 기대했지만, 회사 이미지만 신경 쓰는 대응에 넌더리가 났다.

"고소를 하면 회사 생활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B씨의 물음에 돌아온 답변은 "고소를 하는 건 네 몫이나, 외부로 알려지거나 공론화된다면 이미지상 불편해 진다"는 말이었다는 것.

또 회사 임원들은 피해여성에게 "어떤 여직원은 회사 임원 무릎에 앉아 술을 잘 마셨는데도 회사를 잘 다닌다. 회사를 다니려면 참는 것도 방법이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밖에도 "고소를 하면 너는 내부고발자가 된다", "좁은 제주지역사회에서 외부로 알려지면 좋을 것 없다", "우리는 보수적인 회사다" 등의 내용을 남성임원들로부터 종용 받았다.

   
 
특히 남성 임원들은 피해 여성에게 1:1 개인 면담이라는 명목으로, 피해사실 듣기를 원했다.

성폭력 매뉴얼이 없는 회사의 대응에 B씨는 "왜 저항하지 않았냐"라는 책임전가식 물음까지 떠 안아야했다.

미투를 선언한 B씨는 "수습직원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뜻하지 않게 추행을 당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더러움마저 감내해야 하는 대한민국 현실이 서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신협 내 또 다른 성추행을 당하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는 간부의 발언은 충격적"이라며 "제 뒤에 들어올 누군가와 더 이상 또 다른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미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나약한 제 울림이 '두려움'에 갇혀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또 다른 피해여성들이게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상담소 대표는 "미투를 하거나 피해를 이야기 하고 싶은 다른 여성들을 위한 온라인 창구를 개설 하겠다"며 "추후 제주지역의 미투와 법적 대응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미투 선언 지지 기자회견>은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성인권상담소, 제주여성상담소,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가 함께했다.

한편 해당 신협은 B씨의 성추행 사건을 회사내 '성폭력 매뉴얼'대로 대응했다는 입장이다.

신협 직원은 전화인터뷰에서 "여성의 요청으로 3월6일 두 차례 공식면담을 가졌다"면서 "'고소를 하는 건 네가 알아서하되 외부로 알려지면 곤란하다'는 발언을 했으나 그것이 종용이나 만류는 아니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른 여직원의 성추행 관련 내용을 간부가 언급한 사항을 파악했지만, 언론 보도와는 달리 해당 간부는 다른 지점에 근무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식면담 후에 개별적으로 임원들이 했던 1:1 대화는 두 차례인것으로 알고 있으나 정확히 오간 내용들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해 지난 3월16일자로 해고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