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청사 전경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사고 산·남북 지역 편가르기에 나서 눈총을 받고 있다.

출신 지역으로 나뉘어, 먼저 제주시 출신 의원이 제주시의 인구가 서귀포시에 비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예산 면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따졌고, 서귀포시 출신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홀대를 받고 있는 서귀포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반박하며 대립 각을 세웠다. 

외견상 제주도 예산 배정의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속한 지역의 정서를 자극하는 '의도된 발언'으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는 발언들이다.

가뜩이나 제주도가 2006년 7월1일 특별자치도 행정체제로 전환되면서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이 폐지되고 대신 자치권 없는 2개 행정시 체제로 바뀐 이후 산·남북간, 동·서간, 읍·면·동간 지역 불균형 발전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역 화합에 적극 나서야 할 의원들이 지역 편가르기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을 노출한 것이기에 더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6일 제주시 및 서귀포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예산은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행정시인 결과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지 않아 제주도청이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제주시 예산은 1조 2,927억원, 서귀포시 예산은 8,266억원 규모로 짜여졌다.

제주시의 내년도 예산은 올해 보다 14.6% 증액 편성됐고, 서귀포시의 예산은 11.8% 증가한 규모로 편성돼 제주시 예산 증가율이 서귀포시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먼저, 제주시 출신 의원 2명이 내년도 제주시의 예산이 너무 적다고 문제 제기했다. 

   
 
제주시 인구(2017년 10월 기준 49만1,144명)가 서귀포시(18만5,174명)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예산 편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제주시 출신 의원은 시민 소득(2015년 기준 1인당 GRDP, 제주시 2,413만원 서귀포시 2,989만원)의 경우 서귀포시가 제주시보다 더 많은 점을 거론하며 제주시가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따지기도 했다.

이같은 제주시 출신 의원의 주장에 서귀포시 출신 의원은 "오히려 서귀포시 예산을 더 늘려야 하고 복지 사각지대도 서귀포시에 많다"고 맞받아쳤다.

행정·교육·산업경제·문화 등 모든 게 제주시로 집중되면서 나타나는 산남 홀대론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예산적 뒷받침이 있어야 지역 균형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에 또 다른 서귀포시 출신 의원 1명도 일부 가세했다.

이날, 제주시·서귀포시 예산안 심사 자리에는 문경진 제주시 부시장과 허법률 서귀포시 부시장이 출석해 답변에 나섰는데, 이같은 제주시·서귀포시 출신 의원들간 공방에 두 부시장이 어떠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지 몰라 곤혹스러워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허법률 서귀포시 부시장은 "예산 배정 시 단순히 인구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 발전의 정도와 실질적인 주민의 삶의 정도, 시급한 예산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검토해 산정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전국적으로 시야를 확장해보면 인구수만을  고려해 예산 편성을 할 경우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국가 예산의 절반가량을 배정해야 하는 불합리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이날 도의원들의 주장은 제주도 전체 예산 중 57.5%(2조 8,921억원)를 차지하는 도청 예산이 지역별로 어떻게 배정됐는가 하는 부분은 도외시한 채 2개 행정시 예산만을 단순 비교해 문제 제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