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을 이대로 놔둔다면, 10년 또는 20년 후에 제주도는 사람이 아닌 자동차 위주의 도시로 전락해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미래 자손들의 안전과 행복, 쾌적한 삶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제주도정이 지난 8월 26일부터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해 시행에 들어가면서, ‘제주 대통교통이 30년만에 확 바뀝니다’라는 홍보책자를 통해 도민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제주도정은 “버스가 자가용보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제주도 교통수단 분담률 중 45%에 달하는 자가용 이용자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 교통체증, 교통사고 감소 등 교통환경 개선을 하고, 이를 통해 도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 한다”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급행버스 및 관광지 순환버스 신설, 환승시스템 도입,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시범 도입 등 몇 몇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제주 교통문제 해결의 대전환점’이 과연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첫째,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만한 정책적 수단이 너무 빈약해 보인다.
△둘째, 도시설계의 새로운 흐름인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의 전환’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제주미래 교통비전’이 뭔가 묻고 싶어진다.
△셋째,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개편인지도 헷갈린다. 연간 800억원 가량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기에 투자 대비 효과를 도민들에게 사전에 상세하게 설명하고 정책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데, 이 부분도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다.

# '전면 개편'?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10%인 버스 수송분담률 획기적 증가 '의문'

   
 
먼저, 인구밀집지역인 제주시 동지역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과 심각한 교통체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처방’이 필요한 현실인데,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의 개편에 그쳤다는 느낌이다.

제주시 간·지선 노선이 기존 34개에서 50개로 늘어나고, 제주시 도심 특정 구간에 대중교통 우선차로제(15.3km 계획 구간 중 12.6km 시행)가 시범 도입됐지만, 크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 정도의 개편을 갖고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불편이 얼마나 해소될까 하는 부분도 의문이지만, 자가용 승용차 이용자들이 과연 대중교통으로 대폭 이동할지 더 큰 회의감을 갖게 한다.

버스와 노선이 늘어나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분도 있지만 대중교통을 ‘전면 개편’했다는 제주도정의 발표가 몸에 와 닿지 않는다. ‘소폭 보완’을 해놓고 ‘획기적으로’ 바뀐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제주시 동지역 도로구간 중에는 자동차 통행속도가 서울 도심권 평균속도보다 더 느려 교통체증에 따른 교통혼잡비용이 제주지역 사회의 큰 과제가 돼 왔다.

노형오거리~신광사거리, 남문사거리~8호광장 구간은 출·퇴근 시간대 통행속도가 5~14km/h에 그쳐 교통지옥을 방불케 한다. 교통정체 속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도심지 교통지옥은, 도로는 비좁은데 대중교통이나 도보·자전거 등이 아닌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훨씬 많은 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제주도의 대중교통(버스) 수송분담률은 10.1%(2016년 기준)에 그쳐 서울시 62.0%(버스 26.2%, 지하철 35.8%. 2017년 7월 기준)의 6분의 1 수준이다.

서울은 시민 10명 6명 이상이 대중교통(버스+지하철)을 이용하는 반면, 제주는 도민 10명 중 1명만이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버스 이용자는 지난 1991년 제주도 전체적으로 9,900여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을 달려 2016년 버스 연간 이용객이 5,66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승용차 수송 분담률은 45.91%에 달해 서울 26.4%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그 다음은 택시(15.86%)로, 제주의 택시 수송분담률 또한 서울(6.6%) 보다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중교통 개편으로 인해 이같은 상황이 부분적이나마 개선 될까?  유감이지만, 대중교통 개편 후 도심지 도로 교통체증과 자가용 이용 집중 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제주도는 시행초기 혼란을 수습해 개편된 대중교통체계를 정착시키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3년여전 승용차를 폐기처분하고 그동안 버스와 택시, 도보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온 필자는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주장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교통체증으로 자가용 승용차 이용이 짜증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승용차가 좋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고,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혁명적 수준의 개편’이 나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 '탄소 없는 섬' 걸맞은 '교통비전' 부재..."세계 유명 거리는 자동차 아닌 보행 중심"

   
광양로터리~제주여고 구간, 중앙로 우선차로제 시행을 위해 아직도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 중앙로 우선차로제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함께 기존 인도 폭을 좁히는데 따른 문제 제기 등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은, ‘탄소 없는 섬 제주에 걸맞은 교통정책비전의 부재’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제주를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계의 보물섬이라고 자랑하면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제주’를 도정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번 대중교통 개편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 발전모델’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람이 아닌 혼잡한 자동차 중심도시로 전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대중교통 개편이면서도 사람을 위한 보행의 활성화와 청정환경을 위한 녹색교통 수단의 활성화는 뒷전이다.

세계 도시의 상징인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는 자동차 중심으로 변한 복잡한 거리를 보행자 걷기 중심으로 바꾸어놓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잇단 ‘변화’를 시도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가장 성공한 '보행자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성공의 중심에 보행자 전용도로 '스트뢰에 거리'가 있다고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브라스 거리, 노르웨이 오슬로 거리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도 차 없는, 보행자 중심 도로로 가꾼 결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연세로를 2014년 1월부터 대중교통 전용 지구로 설정했다. 평일에는 버스만 운행(아침에는 택시도 운행)케 하고 토·일요일에는 탄력적으로 보행 도로로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자동차 중심의 혼잡했던 거리가 보행 편의 중심으로 바뀌면서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연세로를 이같이 변화시키면서 인도 폭을 넓히고 보행에 장애가 돼온 전신주도 지중화했다고 한다.

그런데, 제주도정은 제주시 광양로터리~제주여고 구간에 ‘중앙로 버스 우선차로’를 설치하기 위해 가뜩이나 비좁은 인도 폭을 더 줄이고 있다.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버스체계 개편과 함께 병행해 더욱 강력하게 추진돼야 하는 자전거 이용의 활성화 정책과 함께 버스 연계 수단의 획기적인 확충, 새로운 녹색교통 수단 도입에도 적극적인 것 같지 않다.

# 버스 준공영제도도 '반쪽' 시행?...연간 800억 예산 투입, 과연 효과 있을까

   
 
다음은 ‘투자 대비 효과’의 문제다. 이번 대중교통 개편의 핵심 중 하나인 ‘버스 준공영제’ 도입이 과연 최선인가 하는 점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기에 과연 지원규모가 적정한지, 그리고 투명하게 집행은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내년 한 해 버스회사 운전원 등의 인건비로 지원해야 하는 제주도의 예산만 6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버스 1대당 연간 690만원의 순수익을 보장해줄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앞으로 버스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면 요금수입이 자동적으로 많아져 제주도의 예산 부담액이 줄어들 수 있지만, 반대의 상황일 때는 재정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더욱이 버스 준공영제는 도내 모든 민간 버스회사, 이들 민간 버스회사의 모든 노선에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600번 버스와 800번 버스는 대중교통 개편 이후에도 기존 요금체계를 그대로 시행하고 있으며, 관광지 순환버스의 경우 적자 발생 시 손실 보전금을 지원해주는 기존 정책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도민들 시선이 곱지만은 준공영제인데, 예외 대상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제주도정이 이에 대해서 명확한 해명과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일이라면 그에 상응한 효과가 있어야 한다. 과연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도민 편리를 위한 것인지, 버스회사 호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도의원의 문제 제기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