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한 번씩 이뤄지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정기인사. 이 정기인사 때마다 공무원들 보직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바뀐다면 과연 제주도정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까? 

그리고, 제주도청과 행정시의 모든 보직을 직업 공무원으로 모두 채워, 제주도정에 대한 민간 분야의 참여 및 진출을 차단하고 관료집단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은 과연 도정의 발전과 제주의 발전에 바람직한 방향일까?  

먼저, 첫 질문의 경우 공무원들 입장에서 보면 다소 혼란스럽기는 하겠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 시스템에 편승하면 한 편에서 볼 때 기회를 더 자주 만날 수도 있어 공직자 모두가 항상 손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둘째 질문은 직업 공무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도민들 입장에서는 어떨까? 직업 공무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곧 도민들 입장에서도 유용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꼭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 즉 도정의 지향점이 도민의 삶의 질 개선과 제주의 발전에 있기에 도정은 도민을 위해, 그리고 도민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도지사는 인사권자이지만 도민들이 위임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기에 도정의 주인인 도민들의 생각을 우선적으로 좇아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직업 공무원들 즉 관료사회 내부적 관점보다 도민적 관점이 더 요구된다는 뜻이다. 

제주도 인사가 발표되면 언론이 그 내용을 대서특필하고 인사에 대한 관전평을 쏟아내는 것도 제주 공직사회 인사가 비단 직업 공무원들만의 일이 아닌 도민들도 직·간접적인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11일 발표된 '원희룡 제주도정의 6번째 정기인사'를 살펴본 결과, '옥의 티' 정도가 아닌 '큰 구멍'이 발견됐다.

   
 

# 6개월만에 바꿀 인사를 왜 하나...제주시 부시장 임기는 6개월?

먼저, '단명 보직 인사' 문제다. 

제주시 부시장은 이번 인사에서도 6개월 그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교체됐다.  또 6개월만에 제주시의 2인자가 바뀐 것이다. 원희룡 도정 출범 이후만해도 벌써 3번째다.

제주시 부시장의 이같은 부침은 2015년 하반기 정기인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전됐던 김순홍 부시장은 2016년 상반기 정기인사 때 변태엽 부시장으로 교체됐고, 2016년 하반기 정기인사 때는 조상범 부이사관으로,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문경진 서기관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제주시 부시장직을 1년 가량 수행한 공직자는 원희룡 도정 들어 박재철 부시장(2014년 8월~2015년 7월)이 유일하다.

원희룡 도정 들어 2년6개월여만에 제주시 부시장 5명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2006년 7월1일 특별자치도 행정체제 출범으로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이 폐지되고 제주시·서귀포시 2개 행정시로 바뀌면서 행정시의 위상 및 역할, 기능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데, 제주시정 2인자인 부시장의 잦은 교체는 시사하는 바 크다는 지적이다.

부시장은 도청 실·국장과는 또 달리 본인이 원할 경우 취임식과 이임식을 열어주는 자리로, 그만큼 비중과 역할이 크다는 얘기일 수 있는데도 1년도 아닌 반년만에 인사권자의 명령에 따라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파리목숨'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과오가 있거나 책임질만한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도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도지사가 선임 쓰듯, 특정 공무원을 위해서 공직 말년에 잠깐이나마 부시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명함거리'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때도 문제일 수 있는데 반드시 그런 사정 때문인 것 같지도 않아 보여 "왜 일까" 더욱 궁금한 대목이다.

더욱이 '6개월짜리 단명 보직'은 제주시 부시장 자리만이 아니다.

이번 2017년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제주도는 부이사관급 이상 자리만해도 안전관리실장, 협치정책기획관,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 등을 6개월만에 교체했다.

이러저러한 사정이야 있을 수 있지만 6개월만에 자리를 바꿀 요량이라면 왜 6개월전에 해당 공직자를 그 곳에 발령해 새로운 업무를 익히고 챙기게 했나 의문이 크다. 불편한 것은 해당 부서 직원들만이 아니라 그 부서와 관련이 있는 도민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정 인사를 도정 운영이라는 큰 틀, 도민 중심의 인사정책적 관점 속에서 생각지 않고 공직사회 내부의 행사 내지 공직사회 떡반나누기쯤으로 생각해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즉흥적으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나 되돌아볼 부분이다.

# 개방형 공모 대상이던 자리 마저 직업 공무원 차지...'협치'는 말로만?

제주도는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민간 분야의 전문가 등이 진출할 수 있는 '개방형 공모제' 대상이던 보건복지여성국장과 공보관 자리를 직업 공무원으로 채웠다. 이번 인사 전 <시사제주>의 예상이 실제 인사에서 현실화된 것이다.

이로써 도지사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보직 중 비중이 있는 자리가 모두 직업 공무원 또는 직업 공무원 출신들의 차지가 됐다. 개방형 공모제 대상인 정무부지사와 2개 행정시장에 이어 도청 내 국장급 보직도 모두 직업 공무원 또는 직업 공무원 출신이 자리를 꿰찬 것이다. 도지사를 제외하고 제주도정이 사실상 직업 공무원인 관료들 세상이 된 셈이다.

'협치'를 제주도정의 제1방침으로 천명하고 있는 원희룡 도정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민간 분야의 창의성과 전문성, 역동성을 뒤로 돌리고 직업 공무원을 전적으로 선택한 원희룡 지사가 앞으로 도정 운영에 어떤 그림을 도민들에게 선보이고 협치를 어떻게 설명해나갈 지 두고볼 일이다.

이번 인사의 결과를 바라보면서 내년 예정된 도지사 선거에 원 지사가 재선을 향해 출정을 하려는 것인 지 아니면 서울정치로 복귀하려는 지 더욱 아리송해보인다.